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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가 섭리인가 

2025년 12월 24일

본문: 마 26:1-5

제목: 우연인가 섭리인가


24장 3절에서 시작된 종말의 징조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이 마침내 25장 46절로 끝이 난다. 그리고 75절로 마태복음에서는 가장 많은 75절로 이루어진 26장으로 이어진다. 27장도 26장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절인 66절로 이루어져 있다. 마태는 예수님의 삶과 사역의 피날레(finale)를 장식하는 약 이틀의 삶에 총 141절을 할애함으로써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이 그의 공생애의 클라이맥스임을 잘 드러낸다.


예수님은 종말의 징조에 대한 모든 말씀을 마치시고 다음과 같이 예언하셨다. "너희가 아는 바와 같이 이틀이 지나면 유월절이라 인자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하여 팔리리라"(2절). 마태만 이 예언을 기록했다. 예수님은 이미 여러 번 제자들에게 십자가에서 죽임 당하실 것을 예언하셨다. 그 말씀을 들었던 제자들은 그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마태는 오늘 본문에서 제자들의 반응을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튼 제자들은 유대인들의 절기 중에서 가장 기쁘고 즐거운 유월절을 불과 이틀 앞두고 자신들이 따랐던 예수님이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제대로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죽은 나사로를 살리기 위해 베다니로 가자고 예수님이 말씀하셨을 때 제자 도마가 다른 제자들에게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요 11:16)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제자들은 예수님이 로마의 처형방식 중에 가장 처참한 처형 방식이었던 십자가에 처형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을 하셨을 때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예수님의 "그 때"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왔다. 이 예언의 말씀을 제자들에게 하셨을 때 예루살렘에서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의 회의가 열렸다. 그들은 가야바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대제사장의 관정(palace)에 은밀하게 모였다. 회의의 의제는 "예수를 흉계로  잡아 죽이려는"(to arrest Jesus secretly and kill him) (4절)목적과 시행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인간들의 계획과 행동 뒤에 하늘 아버지의 구원 역사의 섭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모였고 자기들의 생각으로 의논했지만 그 일을 이루신 분은 하나님이셨다.


나는 아내와 함께 2021년 12월 17일에 인천공항에서 출국해서 미국 시간으로 같은 날에 미국 달라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영주권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만 4년 전의 일이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조기은퇴를 결심하고 시민권자인 아들이 부모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영주권 수속을 시작한지 약 1년 반만에 영주권 비자를 받고 도착한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날 새벽에 공항에 도착해서 아내와 함께 COVID-19 검사를 받고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시간을 기다리면서 혹시라도 둘 중에 하나라도 양성반응이 나오면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졸여야 했다. 마침내 둘 다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무사히 예정대로 출국할 수 있었다. 달라스공항에서는 국내선 비행기 출발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약 네시간의 비행 시간 후에 북버지니아에 위치한 덜래스(Dulles) 공항에 도착했을 때 약 새벽 2시경이었다. 그 새벽 시간에 와싱톤중앙장로교회 담임목사인 류응렬 목사님(총신대 신대원에서 10년간 설교학 교수로 사역한 후에 이 교회 담임목사로 지금까지 사역 중이고 내가 총신대 신대원에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때 목회상담학 강의를 수강했던 제자이기도 한 귀한 목사님이다)과 부목사님들 몇 분이 환영하러 나와 주셨다. 공항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토요새벽기도회에서 설교를 했다(도착한 날이 토요일이었다). 한국에서 출발하던 날 설교부탁을 이메일로 받고 인천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에 무슨 본문으로 설교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한 본문이 잠언 16장 9절 말씀이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조기은퇴를 결정하고 두 아들들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영주권자로서 새로운 삶을 계획하고 결정했지만 그 모든 과정 하나 하나에 간섭하시고 인도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에 나의 삶을 간증하며 그날 새벽기도회 설교를 했다. 쉽게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비자 인터뷰에서 담당 영사가 사소한 것을 트집잡아 한번 거절 당하는 바람에 출국 예정일이 늦어지기도 했다.건강검진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의심소견이 있어서 약 두 달간 기다려서 재검진하느라 영사 인터뷰 날짜가 늦추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출국 당일까지도 코로나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출국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확실한 응답도 없이 계획하고 추진해야 하는 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이민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게 길을 여셨고 지금까지 인도해주셨다.


흥미롭게도 잠언 16장은 첫절과 마지막 절도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를 드러내는 말씀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1절). "제비는 사람이 뽑으나 모든 일을 작정하기는 여호와께 있느니라"(33절). 4절에는 오늘 본문의 말씀을 조명하는 말씀도 나온다.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쓰임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The LORD works out everything to its proper end)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 부끄러운 이름으로 기억되는 가야바 대제사장과 다른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악한 날에 악한 자로 쓰임을 받는 자들이었다. 오늘 본문 5절에서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란이 날까 하노니 명절에는 하지 말자." 그들은 백성을 두려워해서 유월절 명절에는 예수님을 죽이지 말자고 말했고 결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은 유월절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가룟유다의 배신으로 예수님을 밤중에 체포했고 새벽에 로마 총독 빌라도의 판결을 억지로 받아내어 체포한지 채 반나절도 지나기 전에 속전속결로 사형집행을 했던 것이다. 그들은 유월절이 지나고 예루살렘에 모였던 수많은 유대인들이 다시 흩어진 후에 예수님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고 결의까지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결의를 하고 불과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유월절을 앞두고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것이다. 계획은 그들이 세웠지만 그 일을 이루신 분은 하나님이셨다. 예레미야도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를 다음과 같이 잘 표현했다.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사람의 길이 자신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it is not for them to direct their steps)"(렘 10:23).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걸음 걸음을 우리가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걸음을 인도하며 지도하는 분이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할 때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로마서 8장 28절은 우리의 삶의 큰 그림을 보며 해석하는데 꼭 필요한 말씀이다. "우리가 알거니와(we know that)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의 모의와 시행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은 하나님의 섭리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해방되어 나오던 날 밤에 애굽의 장자들과 모든 짐승들의 첫 짐승들이 죽임을 당했지만 어린 양의 피가 집 문설주에 발라져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진노의 심판으로부터 건짐을 받았다. 그것을 기념하는 유월절 (The Passover) 절기의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예수님은 친히 유월절 어린 양으로서 죽임을 당하심으로써 인류를 죄에서 단번에(once for all) 건져내시는 역사를 이루셔야 했다.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말씀의 마지막 말씀은 "다 이루었다"였다. 구약의 선지자들의 예언이 다 성취되도록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신 것이다. 심지어 십자가 밑에서 예수님의 옷을 제비 뽑아 나눈 것도 다윗의 예언을 성취하는 행동이었다. 이방 군인들조차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재미 삼아 그런 행동을 했지만 그들이 취한 행동은 구약의 예언이 성취하는 행동이었다. 마태, 마가, 누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도 요한은 군병들의 행동을 구약의 예언과 연결하여 기록했다. "군인들이 서로 말하되 이것을 찢지 말고 누가 얻나 제비 뽑자 하니 이는 성경에 '그들이 내 옷을 나누고 내 옷을 제비 뽑나이다' 한 것을 응하게 하려 함이러라"(요 19:24).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섭리였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만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과 국가의 흥망성쇠도 하나님의 섭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믿고 그분께 아뢸 때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매일의 삶에서 샬롬을 유지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모두 복된 성탄절을 보내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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