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린 자 vs. 조현병 환자
- kleecounseling
- 9월 20일
- 1분 분량
2025년 9월 19일 저녁
풍랑 사건 이후에 이어지는 본문은 갈릴리 호수 건너편 이방 땅인 가다라(또는 거라사, Gadarenes or Gerasenes) 지방에서 귀신들린 자 두명을 찾아가셔서 그들을 사로잡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했던 귀신들(demons)을 축출하신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마태는 7절의 분량으로 짧게 다룬 반면 마가는 20절이나 배당하며 상세하게 묘사하였다. 누가도 13절을 할애하여 마태에 비해 두 배의 분량으로 기록하였다. 이 사건을 두고 여러 가지로 살펴볼 수 있겠지만 귀신들림과 정신병, 특히 조현병과의 관계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마가복음의 내용을 보면 예수님이 귀신들의 이름을 물으셨을 때 그들은 "레기온"(Legion, 로마군의 군단급의 규모)라고 말했다. 실제로 거의 이천 마리나 되는 돼지떼에게 들어가 그들을 내리몰아 갈릴리호수에서 익사시킬 정도로 많은 귀신들이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의 몸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영(spirits)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오래 전에 자신이 귀신들렸다가 나았다는 분이 내가 한국목회상담연구소에서 소장으로 섬길 때(1999년쯤) 나를 찾아온 기억이 있다. 그는 자신이 귀신에 들려 있을 때 주관적으로 경험했던 일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귀신이 자신의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니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가 경험한 것은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의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도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는 것을 경험하는 것을 "정신병"(psychosis) 상태에 있다고 본다. 학문의 성격상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연구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따라서 귀신들림의 현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 정신의학의 진단명으로 귀신들림의 현상을 설명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진단이 "조현병"(schizophrenia) 와 해리장애(dissociative disorder) 이다. 해리장애를 이전에는 "다중인격장애"(Multiple Personality Disorder)라고 불렀다. 아무튼 귀신들림과 조현병은 증상면에서 유사점을 갖고 있다. 귀신들림은 병의 원인론적인 부분을 초자연적인 실체인 마귀 또는 귀신들과 연결하는 반면 조현병은 환각과 망상장애와 같은 양성 증상을 보고 진단명을 붙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조현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유학시절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풀러신학교에서 한학기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수강한 과목이 "Demonology and Mental Illness"였다. 아마도 지금은 두 분다 작고하셨을텐데 심리학대학원 교수였던 Newton Malony교수와 목회상담학 교수였던 Samuel Southard가 공동강의하는 과목이었다. 그들은 귀신들림이 고대 성경시대에 정신의학이 발달하지 않아서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귀신들림으로 성경 기자들이 이해했다는 일부 현대 성경학자들의 의견을 배격했다. 그들은 귀신들림 현상이 현대에도 존재하며 정신병과 연결짓기가 되기도 하지만 구별짓기가 되는 영역이라고 했다. 필자도 그들의 견해에 동의한다.
마가복음에 잘 묘사되는 귀신들린 사람이 보여준 증상 중에서 "이제는 아무도 그를 쇠사슬로도 맬 수 없게 되었으니 이는 여러 번 고랑과 쇠사슬에 매였어도 쇠사슬을 끊고 고랑을 깨뜨렸음이러라 그리하여 아무도 그를 제어할 힘이 없는지라"(막 5:3-4)의 표현에서 묘사된 것과 같은 증상을 조현병 환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조증 환자들이 평소보다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지만 쇠사슬을 끊고 쇠고랑을 깨뜨리는 초자연적인 능력이나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알아보는 초자연적인 능력은 조현병 환자나 다른 정신병 환자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귀신들린 자의 능력은 마치 사사기에 등장하는 삼손이 성령의 능력으로 보였던 초자연적인 능력에 버금가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따라서 광폭스럽고 밤낮 소리지르고 돌로 자신의 몸을 상해하는 자학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들과 지역 공동체와는 격리되어 살아가고 있던 이런 사람도 예수님에게는 "잃은 한 마리의 양"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세상이 포기한 사람조차 주님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신대원에서 강의할 때 신학생들에게 조현병의 전형적인 증상에 대해서 질문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조현병은 환각(환청이 흔하다)과 망상장애가 대표적인 양성 증상이다. 정서적 마비와 사회적 철수(social withdrawal)은 음성적인 증상이다. 귀신들린 사람들도 환각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들의 경우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되어 있지 않아서 쉽게 귀신들림으로 오진하고 축사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일반 정신과 의사들은 귀신들림에 대해서 오리엔테이션이 되어 있지 않아서 모두 조현병 또는 해리장애로 진단하고 정신과 약으로만 처방하려는 경향이 있다. 둘 다 치우치는 접근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어느 정도 자아 능력(ego strength)가 있는 사람이 귀신들리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귀신들리는 사람들은 이미 정신적인 질환에 대한 소인성(vulnerability)이 높았던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가족도 마을 사람도 통제할 수 없어서 포기했던 귀신들렸던 사람을 지배하고 통제했던 수많은 귀신들은 놀랍게도 예수님 앞에서 폭력성 대신에 고분고분한 모습으로 반응하며 자신들을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간청하며 대신 돼지떼들에게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예수님은 돼지떼들이 몰살됨으로 인해 가져올 지역 사람들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관계없이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선택하셨다. 마가복음을 보면 이 청년(아마도)은 열 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데가볼리(Decapolis) 지역을 다니면서 자신을 구원해주신 예수님을 전파하는 최초의 선교사가 되었다. 자신도 고통스럽고 주변 사람들도 고통스럽게 하는 인생도 예수님을 만나면 극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복음이다.
이관직교수, kleecounseling.org 이관직상담실
서양에서도 귀신들림의 실제를 인정하고 이를 정신질환과 구분하려는 학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이전에 한 교수님께서는 “귀신들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조현병 환자일 뿐”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과학적·의학적 사고가 발달하면 모든 현상이 병명으로 진단될 수 있다는 설명에 수긍하며, 동양의 신들림 현상을 단순히 무지의 결과로 이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글을 읽으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글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귀신들림과 조현병 사이의 극명한 차이는 바로 파괴적인 힘에 있으며, 이는 단순한 정신질환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예전에 들었던 설명과 달라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동시에 귀신들린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는 모습은 해리장애 환자와 유사하게 보이기도 해서, 두 영역이 겹치면서도 분명히 구분되는 측면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결국 귀신들림을 무조건 정신질환으로 환원하는 것도, 반대로 모두 영적 현상으로만 보는 것도 편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주제는 목회상담뿐 아니라 정신의학, 신학,…